Record Review

  • Tabla Beat Science, [Tala Matrix], Palm Pictures, 2000

타블라트로닉스(tablatronics)의 다국적 연금술

타블라 비트 사이언스(Tabla Beat Science)는 '다국적 프로젝트 그룹'이다. "아마도 페덱스(FedEx: 유명한 국제 특급 운송회사)가 우리의 제일 중요한 조력자였다"고 프로듀서 빌 래스월(Bill Laswell)이 말했듯, 이 음반의 주인공들은 미국, 영국, 인도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로벌-디지털 시대 이전에는 음악인들이 직접 만나 작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음원을 담은 미디어들이 대륙을 옮겨 다니는 것으로 웬만한 작업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 음반은 일렉트로니카라는 새로운 음악 작법의 산물이다. 독특한 것은 신대륙의 첨단 테크놀로지와 만난 것이 구대륙의 오래된 악기라는 점일 뿐.

타블라는 두 개의 북을 한 세트로 총칭하기도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오른쪽에 있는 조그만 북이 타블라고 왼쪽에 있는 큰 북은 바얀이라고 부른다. 타블라는 음고가 높고 잔 리듬을 담당하는 반면, 바얀은 스웁(swoop)이라고 표현되며 피치를 변화시키는 기능을 담당한다. 보통 타악기의 음고가 명확하지 않은 반면, 타블라는 음고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사운드의 변조도 가능해서 타악기로서는 드물게 '독주 악기'로 사용되기까지 한다. 이 프로젝트의 문제 의식도 "과거에는 타블라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녹음 방식은 없었다. 리듬 악기뿐만 아니라 조성 악기(tonal instrument)로 타블라를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라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음반 [Tala Matrix]는 우스타드 알라 라하(Ustad Alla Rakha)라는 타블라의 거장을 추모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의 아들이자 역시 타블라의 달인인 자키르 후세인(Zakir Hussain)이 참여했고, 인도 재즈 퍼커션 연주자인 트릴록 구르투(Trilok Gurtu)와 '타블라트로닉스' 혹은 '드럼&베이스&타블라'의 대표자 탤빈 씽(Talvin Singh)도 작업을 거들어 주었다. 첫 트랙 "Secret Channel"은 조급하고 긴박하게 울리는 타블라와 그에 걸맞는 무겁고 풍부한 비트, 그리고 아득하게 울리는 전자음향이 어우러지고 있다. 새로운 음들이 추가되는 방식은 돌발적이고, 그러다 보니 중반부에서는 혼돈의 상태까지 조성된다. 후반부에서 정리가 급격히 이루어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는 자연스럽다.

이 트랙을 포함하여 자키르 후세인과 빌 래스월이 참여한 트랙들(2, 3, 6, 9, 10번)은 앨범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물론 트랙별로 미세한 차이가 존재한다. "Magnetic"은 우스타드 술탄 한(Ustad Sultan Khan)이 연주하는 사랑기(sarangi)가 만들어내는 '천상의 느낌'이 주조를 이루고, "Audiomaze"에서는 일렉트로닉 음향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고, "Devotional"은 제목을 보고 추측할 수 있듯 상대적으로 어쿠스틱한 음의 비중이 많은 편이다. "Biotech"는 타블라를 가볍게 통통거리다가 뒤에는 맹렬한 전자음과 경쟁하듯 '속주'를 들려주는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시사이저의 청명한 라인이 곡 전체를 통해 반복된다. 마지막 트랙이자 가장 긴 트랙(11분 51초) "Alla"는 도입부에서 '스웁'의 진가를 느끼게 해 주면서 '제의'에 참여한 느낌을 준다.

이상의 트랙들이 앨범의 일관성을 부여한다면 나머지 트랙들은 맛깔스러운 양념을 친 듯하다. 탤빈 씽이 참여한 "Don't Worry.com"과 "Triangular Object"는 인공조미료를 쳤지만 그래도 맛있다는 느낌을 준다. 여기서는 앞의 트랙들과는 달리 타블라 연주보다는 전자음향이 지배적이며 타블라 연주도 '조합된' 듯한 느낌을 준다. 또 하나의 튀는 트랙인 "Big Brother"에는 인도 재즈(Indian Jazz)의 퍼커션 연주자인 트릴록 구르투(Trilok Gurtu)가 참여하여 훵키한 비트를 들려주고 있다.

이상의 트랙들 사이에 '멈춤(pause)'은 없다. 볼륨이 조금 작아지다가 다음 트랙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앨범 전체가 파노라마를 이루면서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일관성을 형성하는 것은 후세인이 참여한 트랙들이 많아서이기도 하겠지만 타블라 고유의 음색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타악기에 비해서 둔중하면서도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을 준다는 점인데, 대부분 실제로 연주되는 타블라의 '거친' 음색과 프로그래밍된 전자음향의 '정제된 소리'가 어울리는 점은 신기하고 놀랍다. 전체적으로 몽롱한 분위기를 주다가 끝나는데 '과학'이 '신비'와 이렇게 만날 수도 있다는 점은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거장적 연주와 정제된 전자음이 청자를 압도할 때면 피곤한 느낌이 몰려들 때도 있다. 탁월한 연주와 꽉찬 음향이 '부담스럽고 때로는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종종 있다는 이야기다. 20010716


수록곡

1. Secret Channel
2. Magnetic
3. Audiomaze
4.
Don't Worry.com
5. Palmistry
6. Devotional
7. Big Brother
8. Triangular Objects
9. Biotech
10. Alla

관련 글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4): 신대륙으로 건너간 아시안 비트

Talvin Singh. [O.K.] 리뷰
Various Artists [Talvin Singh Presents... Anokha: Soundz Of Asian Underground] 리뷰

 

관련 사이트

Tabla Beat Science 인터뷰 페이지
http://www.globalvillageidiot.net/TABLABEAT.HTM

프로듀서 Bill Laswell 소개 사이트
http://www.axiom-records.com

Zakir Hussain 관련 페이지
http://www.eyeneer.com/Labels/Moment/Zakir.html
http://www.innerviews.org/inner/hussain.html 

* 웹진 [weiv]에 게재됨.

  

 

 

 

 

 

이 음반은 우스타드 알라 라하(Ustad Alla Rakha)라는 타블라의 거장을 추모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의 아들이자 역시 타블라의 달인인 자키르 후세인(Zakir Hussain)이 참여했고, 인도 재즈 퍼커션 연주자인 트릴록 구르투(Trilok Gurtu)와 '타블라트로닉스' 혹은 '드럼&베이스&타블라'의 대표자 탤빈 씽(Talvin Singh)도 작업을 거들어 주었다.

 

 

타블라는 다른 타악기에 비해서 둔중하면서도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을 준다는 점인데, 대부분 실제로 연주되는 타블라의 '거친' 음색과 프로그래밍된 전자음향의 '정제된 소리'가 어울리는 점은 신기하고 놀랍다. 전체적으로 몽롱한 분위기를 주다가 끝나는데 '과학'이 '신비'와 이렇게 만날 수도 있다는 점은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거장적 연주와 정제된 전자음이 청자를 압도할 때면 피곤한 느낌이 몰려들 때도 있다. 탁월한 연주와 꽉찬 음향이 '부담스럽고 때로는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종종 있다는 이야기다.

 

 

 

 

   앞화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