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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5): 아시아 대륙으로 돌아온 아시안 비트  

 

 

  

  

인도 팝의 지구화

2000년대 이후 어떤 변화를 보일 지는 모르지만 인도 팝이 가지는 의미는 '로컬 팝(local pop)' 이상은 아닐 듯하다. 인도의 팝 음악과 영국과 북아메리카 등지에 있는 인도계 이주민의 음악은 상호영향을 주고받겠지만 그것을 '동일한 국민의 음악'으로 부를 수는 없을 듯하다. 인도 대륙에 사는 주민들이 들으면 서운할지 모르지만 아파치 인디언은 자신의 음악을 "매우 영국적인 사운드"라고 불렀고, 펀자비 바이 네이처도 자신의 음악을 "아시아 음악이 아니라 캐나다 음악"이라고 못박았다. 다른 한편 인도 팝 음악인들의 음악은 자신들은 '서양화된 음악'이라고 생각하지만 세계시민의 귀에는 '인도 음악'으로만 들릴 뿐이다. 이는 인도 팝의 음악적 질이 낮다는 뜻이 아니라 대중음악의 글로벌 시스템에 의한 음악적 장르들의 위계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대표적인 두 사례는 콜로니얼 커즌스(Colonial Cousins)와 파키스탄 출신의 주눈(Junoon)이다. 이들의 출신 지역이나 활동 중심지는 인도 대륙이지만 음악은 국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콜로니얼 커즌스의 경우 하리하란(Hariharan)과 레즐리 루이스(Lezlie Lewis)라는 두 음악인의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이들은 1994년 [Colonial Cousins]라는 이름의 앨범에서 하리하란의 클래시컬한 보컬과 레즐리 루이스의 서양적 프로듀싱을 혼합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이한 것은 이 앨범이 처음부터 미국과 캐나다에 거주하는 비(非)이민계 인도계 주민들을 겨냥하여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1999년의 앨범 [The Way We Do It]은 이들의 음악적, 문화적 지향을 한 눈에 짐작할 수 있듯 더욱 '서양화된' 팝의 색채가 강해졌다.

Colonial Cousins - Rhythm of the World (video)

파키스탄 출신의 주눈은 '록 밴드'다. 그렇지만 단지 '로컬 밴드'에 머물지 않는 존재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여름에 열리는 "Roskilde" 페스티벌에서 오아시스, 펄 잼, 부쉬, 펫 샵 보이즈 등과 같은 무대에 올랐다는 경력이 이들의 지위를 대변해 준다. 실제로 [Azaadi](1997)는 이들이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적 영웅으로 '돌파'하는 앨범이 되었다. 주눈은 살만 아흐메드(Salman Ahmed: 기타), 알리 아즈마트(Ali Azmat: 보컬), 브라이언 오커넬(Brian O'Connell: 베이스)이 베이스를 맡고 있는 트리오인데, 브라이언은 미국계이고 살만과 알리 역시 미국에서 살다온 성장배경이 있다. 이런 복잡한 성장배경답게 주눈의 음악에서는 카왈리(Qawwali) 풍의 보컬이나 타블라와 돌같은 타악기 소리가 에쓰닉한 느낌을 주지만 그게 전면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하드 록 스타일이면서도 '모던'하게 프로듀싱된 록 사운드, 그리고 알리 아즈마트의 격정적인 보컬이 더욱 인상적이다, [The New York Times]의 존 패럴스(Jon Pareles)가 "파키스탄의 U2"라고 말한 것이 가장 정확한 비유일 것이다.   

Junoon - Heer (video)

이들 외에도 영화음악가 A.R. 라만(A.R. Rahman) 역시 인도 국내에서 영화음악의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낸 데 이어,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과 함께 앨범 [Ekam Satyam](1999)을 제작했다. 2000년에는 그의 '팬' 중의 한 명인 앤드루 로이드 베버(Andrew Lloyd Weber)가 볼리우드 영화를 각색한 뮤지컬 [Bombay Dreams]의 음악을 라만에게 부탁하여 함께 작업했다. 라만은 이런 명망가들뿐만 아니라 언더그라운드 성향이 강한 런던의 인도계 음악인과도 교류하여, 탤빈 씽의 프로젝트 [Anokha: Soundz of the Asian Underground](1997)에도 한 트랙을 수록한 바 있다. 음악적 마법사(Musical Wizard)라는 별명답게 라만은 어떤 장르의 음악인들과도 조화를 이루는 존재로서 이미 국제적 존재이다.

이제 결론을 내리자. 우리는 펀잡의 민속음악인 방그라부터 출발했다. 지난 내용을 정리하자면, 20세기 후반 방그라가 영국과 북아메리카의 인도계 이주민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설명했고, 그러면서 방그라가 레게, 힙합, 테크노 등 '서양적' 팝 음악과 혼성교배되는 양상들도 고찰했다. 또한 펀잡으로부터 유래한 방그라 외에도 벵골 음악, 힌두스탄 음악 등도 나름의 국제화의 길을 개척했다는 점도 설명했다. 이 음악들은 '민속' 음악, '클래식' 음악, '대중' 음악 등으로 각각 분류할 수도 있지만 삼자 사이에 '크로스오버'가 나타나고 있음도 볼 수 있었다. 이런 경로와 더불어 인도 대륙 내부에서도 팝의 새로운 조류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이 글에서 간략히 소개했다. 이 글에서 다룬 음악들은 '아시아에 기원을 둔 음악적 전통'이 세계의 음악문화에 '글로벌'한 영향을 미친 최초의 사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인도에 기원을 둔 음악이 현대의 인류에 대해 가지는 의미는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나의 짧은 인류학 지식을 동원하면 인도인은 유럽인과 더불어 유사한 골상구조와 언어문화를 가진 존재들이다. 그래서 인도에 기원을 둔 음악을 '아시안 비트'라고 표현했던 일 역시 서양인들의 사고에서 '자신들과 가장 가까운 아시안'을 아시아인의 스탠더드로 삼았다는 혐의가 든다. 그렇다면 한국인을 포함한 나머지 아시안들(몽골로이드?)의 음악 문화는 아직도 가장 탐사되지 않은 영역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그 일은 언제 할 수 있을까. 아니, 그건 과연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그럴 수 있을 때까지 아시아의 음악적 전통이 남아 있으려나....  200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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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리즈 목차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1): 타블라를 두드리면서 춤추는 '영국인'들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2): 방그라, 드럼 머신과 레게를 만나다.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3): 정치 선동 그리고 파란 눈의 아시안들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4): 대서양을 건너간 아시안 비트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5): 아시아 대륙으로 돌아온 아시안 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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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3): 정치 선동 그리고 파란 눈의 아시안들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4): 대서양을 건너간 아시안 비트

Cornershop, [When I Was Born for the 7th Time] 리뷰
Nusrat Fateh Ali Khan, [Akhian] 리뷰
O.S.T., [Bandit Queen] 리뷰
Junoon, [Azadi] 리뷰
Junoon, [Parvaaz] 리뷰
샤크라(Chakra), [한] 리뷰

관련 사이트
인도 팝에 관한 간명한 해설
http://www.culturopedia.com/Music/indipop.html
아샤 보슬 사이트
http://asha-bhosle.tripod.com/
주눈 공식 사이트
http://www.junoon.net
http://www.junoon.com

 

 

* 웹진 [weiv]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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