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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ro-beat Never Stands Still: 아프로비트의 국제화(2)

 


Afrobeat No Go Die

페미 쿠티(Femi Kuti)의 최근의 국제적 활약에 대해서는 지난 호에 다룬 바 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아프로비트란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결국 패밀리 비즈니스(family business) 아니냐고... 즉, 펠라 쿠티(Fela Kuti)와 그의 후광을 입은 장자만 이 음악의 특권적 주인이라는 인상을 지우기는 힘들다. 실제로 쿠티 부자는 서양적 의미에서 음악적·문화적 씬을 이끈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아프로비트는 레게나 살사처럼 '인터내셔널 팝 음악'의 한 갈래로 정착했다기보다는 '월드 뮤직' 가운데 팝 음악(특히 '흑인 음악')과 근친성이 있는 하나의 스타일 정도가 되어 있다는 것이 현재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그런데 펠라와 페미 이외의 아프로비트 뮤지션은 없는가? 물론 있다. 그리고 아프로비트 음악인은 당연히 나이지리아에서 많이 발견된다. 우선 펠라 쿠티의 마지막 밴드였던 이집트 80(Egypt 80)는 바바 아니(Baba Ani)로 리더를 바꾸어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1970년대 펠라의 밴드인 쿨라 로비토스(Koola Lobitos)와 아프리카 70(Africa 70)에서 신기의 드러밍을 보여주다가 1979년 밴드를 떠난 토니 알렌(Tony Allen)도 음악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집트 80은 펠라의 아프로비트에 충실한 음악을 연주하며, 요루바어를 가사로 한다는 점에서 '나이지리아의 사투리 영어(이른바 'pidgin english')를 즐겨 사용했던 펠라보다 더욱 토속적인 느낌이 강하다. 반면 토니 알렌의 최근 작품들은 브래스 섹션 대신 신서사이저와 턴테이블을 도입하고 꽉찬 편곡도 고집하지 않는 등 색다른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알렌의 경우 뒤에 볼 런던의 아프로비트 뮤지션들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이런 베테랑 뮤지션 밖에 없는가?'라고 묻는다면 라그바자(Lagbaja)라는 인물의 이름을 기억해 둘만하다. 요루바어로 "somebody, anybody, nobody in particular"라는 뜻의 단어를 자신의 예명으로 삼은 이 인물은 언제나 모자를 뒤집어 쓰고 얼굴을 가린 미스터리한 모습으로 유명하다. 색서폰과 보컬을 오가는 점은 펠라를 연상시키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뮤지션답게 아프로비트에 재즈, R&B, 힙합 등의 영향을 섞은 음악으로 2000년에 나이지리아의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되었고, 2001년에는 자신의 이전 앨범 수록곡들을 모은 [We Before Me]라는 앨범으로 국제적 데뷔도 한 상태다. 아래 링크된 "Bad Leadership"의 전주에 등장하는 토킹 드럼(talking drum) 혹은 칼롱고(kalongo)로 불리는 퍼커션 소리에서 느낄 수 있듯 나이지리아(정확히는 요루바족)의 뿌리를 잃지 않고 있다. 게다가 그는 아프로비트와는 다소 이질적인 장르인 푸지(fuji)라는 음악을 도입하는 등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Lagbaja - Bad Leadership

나이지리아 이외의 아프리카 나라들에도 아프로비트의 영향은 감지된다. 휴 마세켈라(Hugh Masekela) 같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저명한 재즈 트럼펫 연주자도, 마젝 파셱(Majek Fashek) 같은 브넹(Benin) 출신의 레게 뮤지션도 생전의 펠라와 이런저런 교류를 가졌던 인물들이다.주1) 직접 교류는 없었지만 카메룬의 아프로훵크(혹은 마코사(Makossa))의 거장인 마누 디방고(Manu Dibango)도 자신의 국제적 성공작 [Wakafrika](1994)에서 펠라 쿠티의 "Lady"를 연주한 사실이 있다. 이들의 음악 스타일을 아프로비트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는 없지만, 아프로비트의 '정신'을 이들의 음악에서 감지하기는 어렵지 않다.

펠라에 대한 헌정은 이런 거물급 뮤지션들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적도 기니(Equatorial Guinea) 출신의 여성 듀엣인 이야스 델 솔(Hijas del Sol)은 자신들의 두 번째 앨범 [Kchaba](2000) 전체를 펠라에 대한 트리뷰트로 장식했다. 스페인의 식민지였다는 문화적 분위기나 팝 R&B에 가까운 음악 스타일로 보아 펠라 쿠티의 아프로비트와는 전혀 상관없는 듯한 존재들인데도 말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아프리카의 미래가 긍정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숭고한 열정'이라는 느슨해 보이는 공통분모가 꽤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하기 때문인 듯하다.

Hijas del Sol - Grito Libre

팝의 제국에서의 아프로비트

그런데 아프리카를 벗어나면 사정이 어떠한가. 먼저 나이지리아의 한때의 '종주국'이자 펠라가 젊은 시절을 보냈던 런던으로 가보자. 런던에 가본 사람이라면 이스트엔드(Eastend) 지역에 아프리카계 주민이 많이 살고 있으며, 그 중에서 나이지리아계가 많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따라서 런던에도 아프로비트가 존재하며, 그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델레 소시미(Dele Sosimi)일 것이다. 델레 소시미는 1980년대 초 펠라의 밴드에서 피아노 주자로 가담했던 경력이 있고 페미 쿠티의 밴드 포지티브 포스(Positive Force)에도 참여했던 인물이다. 특이한 점은 그의 경우는 국적이 나이지리아가 아니라 영국이라는 점이다. 런던의 해크니(Hackney)에서 유학생 부모 밑에 태어난 그는 10대 시절 런던에 투어를 왔던 펠라의 밴드에 들어간 뒤 나이지리아와 영국을 오가며 음악 활동을 전개했고, 지금은 자신의 밴드 그베두 리서렉션(Gbedu Resurrection)을 이끌고 활동하고 있다. 델레 소시미는 일렉트릭 키보드와 색서폰 중심이었던 펠라와는 달리 드럼, 베이스, 기타가 강조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런던에서 아프로비트는 '슈라인(Shrine)'이라는 '사운드 시스템'을 인프러스트럭처로 삼아 활동하고 있다. 사운드 시스템이란 '브리스톨 트립합'으로 인해 유명해진 '이동식' 시스템을 말하며, 슈라인이라는 이름은 '사당(祠堂)'이라는 뜻으로, 펠라 쿠티의 칼라쿠타 공화국 내 스튜디오에 있는 클럽의 이름이기도 하다. 슈라인 사운드 시스템은 바비컨(Barbican), 스플리츠(Splitz) 등 나이지리아계(및 아프리카계) 주민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각종 페스티벌과 이벤트에도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한 예로 델레 소시미는 2001년 7월에 몽뜨뢰 재즈 페스티벌에 자신의 밴드와 함께 연주했다). 또한 아프로비트의 음반들도 스트러트 레코드(Strut Records)라는 레이블을 통해 꾸준히 발매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토니 알렌같은 인물은 스트러트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발매하고, 슈라인 사운드 시스템에 게스트로 등장하여 연주하기도 한다.주2)

Dele Sosimi - Gbedu 1

아프로비트는 대서양 건너 뉴욕에도 파장을 낳고 있다. 스트러트 레이블의 사이트에 데스코 레코드(Desco Records)라는 레이블이 소개되어 있다는 사실이 하나의 힌트가 될 것이다. 프랑스 출신의 필립 레먼(Phillip Lehman)과 캘리포니아 출신의 가브리엘 로쓰(Gabrielle Roth)가 1997년 뉴욕에서 공동설립한 데스코 레코드는 아프로비트 전문 레이블은 아니다. 이 레이블은 "제임스 브라운이 훵크의 대부(Godfather)라면 데스코 레코드는 그의 대자(代子: godchildrens)들의 고향"이라는 한 웹진(http://www.requestmagazine.com/reviews/previous/0003/rbfunk_mid.html)의 표현처럼 '올드 스쿨 훵크'를 기반으로 하여 뉴욕에서 형성되고 있는 음악적 운동을 발굴하고 있다. 그래서 재즈, 소울, 디스코, 아프로비트, 살사 등의 장르를 막론하고 '헤비(heavy)'하고 '딥(deep)'한 스타일의 음악들을 발굴하고 있다.

불행히도 리 필즈(Lee Fields), 섀런 존스(Sharon Jones), 마이티 임페리얼스(Mighty Imperials) 등 데스코 레이블이 내세우는 간판 아티스트들은 아직 우리의 관심의 사정거리 밖에 있다. 그렇지만 아프로비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레이블의 '올스타 그룹'이자 소속 가수들의 백업 밴드인 소울 프로바이더스(The Soul Providers), 그리고 소울 프로바이더스의 멤버들과 아프리카 뮤지션들이 게스트로 참여한 프로젝트인 댁터리스(Daktaris)라는 이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댁터리스의 앨범 [Soul Explosion](1998)은 펠라의 사망 이후 가장 발빠르게 그를 추모하면서 아프로비트에 대한 관심을 일깨운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데스코 레이블의 창립자들인 필립 레만과 가브리엘 로쓰는 댑톤(Daptone)과 소울파이어(Soulfire)라는 별도의 레이블을 차려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그렇지만 불안정한 것은 데스코 레이블의 미래이지 뉴욕의 아프로비트의 미래는 아니다. 가장 최근의 주목되는 사례는 앤티밸러스(Antibalas: 정식 명칭은 Antibalas Afrobeat Orchestra)다. 바리톤 색서폰 주자인 마틴 앤티밸러스(Martin Antibalas)가 이끌고 댁터리스와 소울 프로바이더스에 가담했던 멤버들이 가담한 13인조 그룹인 앤티밸러스는 아프로비트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뉴욕에서 활동하는 그룹답게 소울과 훵크, 라틴 리듬을 섞은 데뷔 앨범 [Liberation Afrobeat Vol.1](2001)을 발표했다. 멤버들은 브루클린에 소재한 진보적인 커뮤니티 센터인 엘 푸엔테(El Puente)와 긴밀하게 관련을 맺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의 홈페이지에는 멤버들의 다른 직업이 적혀 있는데 대략 의상 디자이너, 미식 축구 선수, 기층 활동가, 레이블 소유주, 라이브 DJ, 마사지 치료사, 사운드 엔지니어, 요가 수도사 등이다. 이를 굳이 홈페이지에 적어놓은 것은 뉴욕에서 아프로비트가 어떤 형식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어쨌든 앤티발라스의 멤버들에게 음악 활동은 주류 힙합을 포함한 미국 대중음악의 경력쌓기, 이른바 성공을 향해 일로매진하는 경력쌓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여기서 앤티밸러스의 음반이 닌자 튠(Ninja Tune)에서 발매되었다는 사실에 조금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닌자 튠이라면 '애시드 재즈', '트립합', '턴테이블리즘' 등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레이블이자 영미 지역 이외의 DJ들(예를 들어 일본 출신의 DJ 크러시(DJ Krush)나 러시아 출신의 DJ 바짐(DJ Vadim))에게 개방적인 레이블이다. 닌자 튠이 아프로비트에 주목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프로비트가 향후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라는 '복고적' 형태를 취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뉴욕의 애시드 재즈/턴테이블리즘 계열의 DJ 들 중에서 펠라의 레코드를 음원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이미 꽤 존재한다. 펠라의 트리뷰트 음반 [Afrobeat No Go Die]에 한 곡을 수록한 그루브 컬렉티브(Groove Collective)를 비롯하여 엑시큐셔너(X-ecutioner), 피프쓰 플래툰(The Fifth Platoon)이 그들이다. 이들 DJ 들에게 펠라의 레코드는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처럼 샘플링의 주요한 음원이 되고 있다고 하는데, 아프로비트의 반복적이면서도 주술적인 음악적 특징을 생각한다면 이런 현상이 큰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Groove Collective - Crisis

이렇게 본다면 아프로비트는 단지 펠라 쿠티를 '전설'로 박제화하고, 페미 쿠티를 통해 '정통'을 확립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여러 갈래로 분기하면서 확산되는 운동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흑인음악의 새로운 영토를 확대했다'라고 미리부터 과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펠라 쿠티의 아프로비트 자체가 '아메리카적이지도, 아프리카적이지도 않은' 것이었지만 여전히 나이지리아라는 국지성(locality)이라는 딱지가 붙었다면, 현재 발생하는 아프로비트의 국제화 역시도 탈(脫)국지화(delocalization)의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런 운동을 주의깊게 관찰하기에는 우리의 조건이 그리 적합치 않지만, 가끔씩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적어도 '아메리칸' 힙합을 아프리카에 뿌리를 둔 음악의 '전부'이자 '정통'으로 생각하고 끝내 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또한 이와는 정반대로 아프로비트를 듣는 것이 힙합을 듣는 것보다 오히려 더 쿨(cool)하다고 착각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20020124

주1) '아프리카 재즈의 선구자'로 불리는 휴 마세켈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차별을 피해 1959년 고국을 탈출하여 런던과 뉴욕에서 오랜 망명생활을 했다. 뉴욕에서는 당시 그의 부인이자 가수였던 미리엄 마케바(Miriam Makeba)와 더불어 많은 레코딩을 남겼다. 그 와중에 1973년 나이지리아를 찾아가서 펠라를 만났고, 그의 밴드에서 잠시 트럼펫을 연주한 일도 있다. 1986년 폴 사이먼의 [Graceland] 투어에도 참여했던 그는 1990년 아파르트헤이드가 끝나고 고국에 돌아온 뒤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자신의 환갑을 기념하는 음반 [Sixty]의 첫 트랙이 펠라를 추모하는 "Fela"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더 상세한 내용은 https://members.tripod.com/Hyunjoon_Shin/popicons/P020114BN.htm 를 참고하라.

주2) 한편 아프로비트와의 관계가 직접적이지는 않고 요즘은 활동이 뜸하지만, 레게 그룹으로 출발한 미스티 인 루츠(Misty in Roots)도 1990년대 이후에는 레게와 아프로비트를 결합한 독특한 음악을 선보인 바 있다. 자메이카와 나이지리아로부터 이주해 온 주민이 많은 런던에서 이들 사이에도 문화적 교환이 발생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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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Dele Sosimi & Gbedu Resurrection 관련 기사
http://www.africacentre.org.uk/akwaaba%20mm%20delesosimi.htm
Strut Records 사이트
http://www.strut.co.uk/indexopen.html#8
Desco Records 사이트
http://www.descorecords.com/
Antibalas Afrobeat Orchestra 사이트
http://www.billions.com/artists/antibalas

* 웹진 [weiv]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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