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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속의 공포의 노래들  '1968년'이라는 시점이 어떤 해였는지는 각자 나름의 직·간접적 경험에 의존하겠지만, '소란스러우면서도 알딸딸한 시기'라는
것이 대체적 견해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주로 서양의 나라들의 경험이겠지만. 어쨌든 이런 묘한 분위기에서 슬며시 나온 이 앨범은 세상이 다시
한번 변하고 있다는 점을 말했던 듯하다. '앨범 록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면서 온갖 길고 화려한 타이틀을 가진 음반들이 레코드 숍을 점령할
때 '레너드 코언의 노래들'이라는 멋대가리 없고 과묵한 제목을 가진 이 음반은 "뭐야?"라는 말이 나올 법한 작품이었다. 게다가 앨범의 주인공은
이미 30대 중반에 접어든 인물이었다. 오프닝 트랙 "Suzanne"에서 잔잔한 기타 핑거링 뒤에 저음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혹시라도 '저렇게 코드를 오래 짚고 있으면 (왼)손가락들이 아프지 않을까', '밥 딜런 이후 가장 노래 못 부르는 가수군'이라고 불평했더라도, 이는 곧 '어떻게 저렇게 단순하고 소박한 음악이 이토록 최면적일 수가 있을까'라는 감탄으로 바뀌게 된다. 최면은 종종 수면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때로는 공포를 낳기도 한다. 이 곡을 비롯하여 이미 고전이 된 "Sisters Of Mercy", "So Long, Marianne" 등이 이런 '고요가 안겨주는 공포'를 던져준다. 이는 엄지손가락으로 6번(혹은 5번) 줄을 튕겨서 낮게 울려 퍼지는 베이스음 때문일 수도 있고, (예를 들어) Am 코드에서 F음을 오래 끄는 보컬 멜로디 때문이기도 하고, 멀리서 울려 퍼지는 여성 배킹 보컬 때문일 수도 있고, 몇몇 곡에서 들리는 트레몰로 주법의 불안정한 진행 때문일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안개가 자욱해서 앞이 보이지 않는 듯한 사운드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음들은 성긴 짜임새 속에서 듣는 이를 폐소공포증에 시달리게 만든다. 마지막 트랙 "One Of Us Cannot Be Wrong"을 마무리하는 기괴스러운 남자의 목소리는 앨범이 끝난 뒤 한동안 멍한 상태를 낳는다. '우드스톡의 송가'에 속하는 "So Long, Marianne" 같은 곡은 12/8 박자의 기타 스트러밍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열창'이 전개되지만 긴장된 분위기를 저해하지는 않는다. 이런 음악의 의미는? 당대의 분위기를 감안해 본다면 좋았던 시기가 지나고 침울한 시기가 도래할 것임을 예견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이 음반의 용도는 시대를 초월하여 '고통과 고독에 빠진 사람이 혼자 있을 때 듣는 사운드트랙'으로 남을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누가 있는가는 [I'm Your Fan]이라는 사운드트랙에서 레너드 코언의 곡을 커버한 인물들을 참고하길. 아, 이렇게 젊은 뮤지션들 외에도 영화감독 로버트 앨트먼(Robert Altman)도 포함된다. [McCabe And Mrs. Miller]이라는 영화에서 코언의 곡들을 사운드트랙으로 사용했다. 
20011122
수록곡 1. Suzanne  2. Master Song 3. Winter Lady 4. Stranger Song 5. Sisters Of Mercy 6. So Long, Marianne 7. Hey, That's No Way To Say Goodbye 8. Stories Of The Street 9. Teachers 10. One Of Us Cannot Be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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