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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노망'의 놀라운 경지  '노망이 나려면 이렇게 나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앨범? '한국형 밤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색서폰 소리에 이어 "당신이
연인을 원한다면 /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하겠습니다.... 어쩌구 저쩌구.... 나는 당신의 남자"라는 느끼한 가사가 실린 "I'm Your
Man", 그리고 "사랑에는 약도 없지"라는 무안한 가사를 담은 쾌활한 댄스곡 "Ain't No Cure For Love" 등에서의
'에로티시즘'이 노망의 전부는 아니다. 일반적인 남성(男聲)보다 한 옥타브쯤, 여성(女聲)보다는 그 이상 낮은 목소리, 거기에 음폭도 더욱
좁아지는 등 완전히 '맛이 간' 상태에 접어든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이상의 곡들에서의 편곡이 신서사이저를 대폭 사용하는 등 무언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면, "First We Take Manhattan"과 "Everybody Knows"에 이르면 '이 사람이 그 사람 맞아?'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First We Take Manhattan"은 신서사이저로 낼 수 있는 가장 촌스러운 댄스 리듬과 온갖 음향들 위에서 '노인네의 야비한 음성'이 불길하게 울려 퍼진다. 맨해튼을 접수하려는 테러리스트인 듯한 인물의 그로테스크한 음성이 중간에 나올 때는 소름이 끼침과 동시에 실소도 나온다. "Jazz Police"도 이 못지 않게 음산하지만 왠지 유머러스한 느낌이 들고 그럴 때면 '블랙 유머'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본격적으로 '말달리는' 디스코 리듬이 흘러나오는 "Everybody Knows"는 'AIDS 시대의 사랑'의 곤경을 포착한 예리한 가사가 6절이나 흘러나온다. "에브리바디 노우즈...." 부분만 계속 따라 부르다가 곡이 끝나 버린다. 보컬의 음폭이래 봐야 5도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데도 훅이 이렇게 강한 경우는 참 드물다. 물론 슬픈 곡들도 있다. 제목처럼 왈츠 곡인 "Take This Waltz", 그리고 컨트리 스타일의 "I Can't Forget"에서는 '노신사의 우수' 같은 느낌이 묻어 있다. 이 곡들에서는 전자음향도 있지만 바이올린("Take This Waltz"의 경우), 페달 스틸 기타와 퍼커션("I Can't Forget") 등으로 양념을 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에 강한 뮤지션'답게 마지막 곡 "Tower Of Song"은 유머러스한 가사와 부드러운 무드가 결합된 고백을 담고 있다. "나는 황금의 목소리를 타고 났다"는 가사를 듣고 웃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렇지만 "당신에게 작별을 고한다 / 언제 돌아올 지 모르겠다.... / 하지만 내가 떠나고 오랜 후에 내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거야 / 나는 노래의 첨탑(tower of song)에서 부드럽게 말하고 있을 거야"라는 마지막 부분은 그저 웃기지만은 않다. 어쨌든 이 앨범은 '얼터너티브 세대'들도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고, 이 정도면 '노욕'도 나름의 경지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야 할 것 같다. 
20011122 
수록곡 1. First We Take Manhattan  2. Ain't No Cure For Love 3. Everybody Knows 4. I'm Your Man 5. Take This Waltz 6. Jazz Police 7. I Can't Forget 8. Tower Of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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