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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든 록 영웅의 설원 위에서의 고독  '解決(해결)'이라는 단어는 중국이나 한국처럼 '아 다르고 어 다른' 언어문화권에서는 중의적으로 사용된다. 한편으로는 원만하게
풀어서 매듭짓는다는 뜻이 있는가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일방적으로 때로 폭력적으로 끝장내버린다는 뜻이 있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는 이 말을 앨범의 표제로 삼은 것은 "一無所有"라는 1집 앨범의 표제처럼 '묘함'을 던진다. 이런 묘함은 이 앨범이 나올 무렵 아직 '천안문
사태'의 불씨가 살아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증폭된다. 천안문 사태를 당국이 폭력적으로 해결한 것을 풍자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남아있는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제안하는 것인지 모호하기만 하다. 어쨌든 두 번째 앨범인 [解決]은 전작보다 더욱 거칠고 원초적이며, 기타의 디스토션이 강해지고 보컬은 리드믹하다. 특히 타이틀곡 "解決"은 기타와 드럼의 스카 리듬에 재즈풍의 베이스와 피아노가 어우러진 곡이다. 물론 "一塊紅布"는 "一無所有"를 잇는 애절한 토치송(torch song)이다. 트럼펫, 기타, 피아노를 쓴 전형적인 슬로우 템포의 록 넘버는 전성기의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이나 U2 보노(Bono)의 몇몇 곡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는데, '모든 국민이 너나 할 것 없이 좋아하는 록 노래'에는 무언가 공통분모가 있다는 막연한 생각이 드는 곡이다. 그렇지만 욕심을 부려서 평가한다면 이런 '좋은' 곡들조차도 록 음악의 중국적 변종이지 '전혀 새로운 무엇'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앨범의 하이라이트인 "快讓我在這雪地上撒点兒野"를 들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트랙을 여는 소리는 왕용(王勇)의 구젱 연주다. 츠이 잰의 절친한 동료이자 그자신 뮤지션이며 클럽의 주인이기도 한 인물이다. 그 뒤에는 록 비트와 더불어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 풍의 기타 리프가 등장하고 츠이 잰은 '이보다 더 처절하게 외칠 수는 없다'는 표현에 어울리는 절창을 해댄다. 구젱은 간주에 다시 한번 등장하고 노래가 끝난 뒤에는 마치 트윈 리드 기타를 듣는 것처럼 일렉트릭 기타와 협연을 펼친다. 동아시아의 악기가 보조적 역할에 머물지 않고 록 음악과 이렇게 척척 맞아떨어지는 느낌을 준 것은 이 곡이 처음이다. "快讓我在這雪地上撒点兒野"의 주인공은 마치 대륙의 설원에 장검을 들고 홀로 서서 천하를 평정할 기세를 품는 (무협지에 나오는?) 영웅의 모습이다. 장검이라. 실제로 1989년 3월의 한 공연에서 츠이 잰은 "서양의 록이 홍수라면, 중국의 록은 칼이다. 우리는 이 칼을 당신에게 준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내 손에 있는 기타는 칼과 같다 / 너의 얼굴을 잘라서 입만 남게 할 것이다 / 당신이 누구인지는 상관없다 / 나의 피를 당신의 눈물과 거래하고 싶을 뿐 / 당신이 노인인지 소녀인지도 상관없다 / 내가 진실을 얻을 때까지 당신의 위선을 잘라버리고 싶다"라는 노래 가사도 있다(불행히도 인용자는 노래 제목을 적어놓지 않았다). 이런 심정은 천안문에서의 유혈사태가 발생한 지 2년 뒤에 발표된 이 앨범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 자루의 칼"("像一把刀子"), "한 조각 붉은 천"("一塊紅布"), "한 줄기 불꽃"("寂寞就象一團烈火")은 열정을 주체하지 못한 영웅의 고독을 보여준다. 그래서 앨범은 마지막 트랙에서 "마지막 한 발"("最后一槍")로 끝난다. 4분 동안의 연주 끝에야 등장하는 보컬은 1분 동안 짧게 그렇지만 집약적으로 울부짖는다. 가사의 내용은 '중국판 앨범에서는 가사가 생략되었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한다. 제목을 음미해보면 어떤 사건을 언급했는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총평하자면 이 앨범은 당시의 중국 사회 전반이 그랬듯 과도적이다. 중국 록의 영웅은 과도기의 여러 문제들로부터 무책임하게 도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모하게 맞서지도 않고 비타협적인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게 그 나름의 '해결책'이었다.  20020228  수록곡 1. 解決(Solution)  2. 這兒的空間(This Space) 3. 一塊紅布(A Piece Of Red Cloth) 4. 寂寞就象一團烈火(Lonely Like A Fire) 5. 快讓我在這雪地上撒点兒野(Let Me Be Crazy On This Snow Field) 6. 投機分子(The Opportunist) 7. 像一把刀子(Like A Knife) 8. 南泥灣(Nanniwan) 9. 從頭再來(Start Again) 10. 最后一槍(The Last Shot)
츠이 잰(崔健)잰과의 인터뷰: "나는 다음 세대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을 뿐입니다" * 웹진 [weiv]에 게재됨. |
Record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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