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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트 문화와 록 음악 1 책소개 (Introduction) 후기 (Postface) 우리는 얼터너티브를 '주류 팝에 반대하는 팝 음악'이라고 정의하면서 이 책을 서술했다. 이 정의는 평범한 것이지만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 태도를 내포한다. 하나는 얼터너티브가 기성의 규칙과 지배적 취향을 따르지 않는다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언더그라운드의 비주류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고 오버그라운드에 잠입하여 게임을 전개한다는 태도이다. 그렇다면 얼터너티브, 그리고 그 중핵이었던 그런지는 대중 음악의 역사에 존재했던 예외적이지만 강력한 돌파의 순간들 가운데 가장 최근의 사례이다. 런데 어떻게 보면 이런 정의는 '상황적'일 뿐이다. 이런 정의가 무리 없이 적용될 수 있는 시기는 1990년대 초의 몇 년간에 국한될 것이다. 본문에서 우리는 1991년을 그런지를 중심으로 얼터너티브가 폭발한 해로, 1994년은 그것이 내파內破된 해로 주장했다. 그렇다면 위의 정의는 그 이전 시기에도 이후 시기에도 썩 어울리지 않는다.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얼터너티브의 의미는 무엇일까? 두 가지 문제가 남는다. 하나는 그 곳에서의 얼터너티브의 미래에 대한 문제이며, 또 하나는 여기에서의 대안의 문제이다. 그런지는 내파되었지만 대다수의 뮤지션과 청중들은 강렬했던 순간보다 훨씬 긴 시간들을 살아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강렬한 순간을 위해 모든 것을 걸 만큼 용감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스멀스멀 사라져 버리는 것보다 불타 없어지는 편이 낫다"는 말에 공감하는 것과 동의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그래서 옵션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이전 시기에 이루어진 혁신들을 더욱 다듬어서 발전시킬 수도 있고, 다른 스타일과 접목하는 실험을 전개할 수도 있고, 이전의 스타일을 계속 써 먹을 수도 있다. 실제로 얼터너티브의 파장이 수그러들면서 팝 씬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듯이 보인다. 새로운 장르를 마케팅하는 음악 산업의 전략과 새로운 취향을 개발하는 청중의 욕구가 만나서 몇 가지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고 있다. 1995년 이후 네오펑크, 브릿 팝, 아이리시 팝, 루츠 록, 인더스트리얼 등 몇 가지 새로운 장르가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 이들 새로운 장르의 주인공들이 더 많은 대안들을 계속 창조해 나갈지, 아니면 생기 없는 몇 가지 고정된 장르들을 낳는 것에 그칠지는 미리 예측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이전처럼, 또 앞으로도 문화적 영역에서 복잡한 세력들의 상호 작용에 의존할 것이다. 한 가지만 섣부르게 예상한다면, 아마도 이후의 시기에는 강렬한 돌파와 혁신을 통해 다양한 흐름이 합류하기보다는 안정된 스타일화 stylizing 의 흐름이 각개 약진하는 시대가 도래할 듯하다. 양자는 때로는 원만하게 결합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상황은 양자를 분해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듯하다. 물론 이런 예상을 비웃는 혁신적 사건이 전개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우리가 3부의 집필을 도중에 중단한 것도 아직 상황을 더 지켜 보아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들은 도대체 한국인들에게는 무슨 의미인가? 그것은 결국 남의 이야기라고 항의한다면 거기에 답변할 말은 그리 길지 않다. 우리 역시 최근 록에 대한 대중적 관심 증대의 한 측면이 다국적 음악 자본의 한국 시장 침투 전략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 찜찜해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 한국에서 '실체 없는' 록 담론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간단히 무시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측면이 있다. 적어도 배타적 네트웍과 획일적 취향이 지배하고 있는 주류 대중 음악계에서 '대안'의 역할을 수행할 음악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존재한다. 그리고 록 음악은 대안들 가운데 하나로서 가능성을 타진받고 있는 중이다. 록 음악이 상업적으로 착취되기보다는 정치적, 문화적으로 배제되어 왔던 한국에서 얼터너티브는 아직 특정화된 개념이 아니고 보통 명사로서의 '대안'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록은 아직까지 대안의 실체라기보다 기호이다. 물론 이런 말이 장르와 스타일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록 음악이 주류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의 록 씬이 뭔가 잘못되어 있으니 '판을 갈아야 된다'라고 오만하게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한국에서 대안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기존의 성과를 계승함과 동시에 혁신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또한 폭넓은 문화적 장을 마련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요구하는 듯하다. 말하자면 게임을 수행함과 동시에 게임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에게는 그런 능력도 자격도 없으며, 책 한 권으로 문제가 해결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렇지만 음악은 우리 삶에 깊숙이 관여한다. 어떤 음악은 기쁨과 활기를 줄 수도 있고, 어떤 음악은 고통과 권태를 줄 수도 있다. 음악이 우리 삶에 기쁨과 활기를 줄 수 있다고, 그리고 록 음악에 아직 그럴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믿는 우리는 계속 열정을 가지려고 한다. 물론 열정만 가지고 되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한 1권에 이어 2권을 계속 준비하겠다고 약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 우리에게 열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비판과 충고를 바란다. 신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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