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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2): 방그라, 드럼 머신과 레게를 만나다

방그라 월드와이드?
 
또한번 비유로 끝낼 수밖에 없는데, 방그라의 진화과정은 레게보다는 살사(salsa)와 비슷해 보인다. 즉, 꾸바의 쏜(son)이 뉴욕으로 건너가서 살사(salsa)로 재탄생한 뒤 전세계에 퍼져있는 라틴계 주민들의 음악 문화를 연계시키고 있듯이, 방그라 역시 펀잡에서 탄생한 뒤 런던과 버밍햄에서 재정의된 다음 세계 각지에  산포되어 있는 인도계 주민들의 음악 문화를 연계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탤빈 씽의 출신 지역인 런던의 이스트 엔드 지역은 펀잡계보다는 방글라데시계 주민의 게토가 있는 곳이므로 '펀잡 음악'인 방그라보다는 '벵골 음악'에 가까워야 하지만 이곳의 주민이 즐겨듣는 음악도 넓은 의미의 방그라에 포함된다.

탤빈 씽의 음악 장르 역시 '편의 상' 이름이 많이 알려진 방그라로 포함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파키스탄계 멤버가 있는 펀더멘털(Fun^da^mental)과 아시안 덥 파운데이션(Asian Dub Foundation)도 마찬가지다. 물론 본인들은 '우리 음악은 고정된 장르로 구분하기 곤란한다'고 말할 것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이런 식의 응답은 선진국 음악산업에서는 '게임의 법칙'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남아시아 대륙의 극히 다양한 음악을 방그라라는 블랙홀로 몰아넣는 것은 굳이 '음악산업의 요구' 뿐만 아니라 음악 청중의 용어법상의 관습의 문제도 크게 작용한다.   

이는 몇 가지 사실을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반백년의 시간 동안의 진화를 통해 방그라는 이제 더 이상 지역의 전통문화에 머물지 않고 지구적인 대중문화가 되었다. 방그라는 펀잡 주의 경계 내에 머무르는 것도, 인도 외부의 아시아계 커뮤니티에 머무르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이제는 인도계 사람만 방그라를 즐기는 것은 아니며, 방그라의 청중이 '오직 방그라만 듣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거꾸로 말하면 방그라가 영국에서 주류 문화를 공격만 하던 시기도 다른 시기로 이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한 방그라 아티스트도 탄생했고, 멀티톤과 나추랄같은 전문 레이블들도 BMG 산하로 흡수되었다. 최근 영국의 펩시 광고는 방그라를 사운드트랙으로 이용하고 인도 배우를 출연시킨 점도 시사적이다.  

그렇다곤 해도 '영국의 식민 지배로 피폐해진 조국 인도의 현실'을 개선하고 싶은 인도인들의 욕망이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 이런 현실이 남아시아 대륙의 내부의 문제로 인한 것인지 영국이라는 외세의 지배로 인해 초래된 것인지에 대해 여기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외세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달라진 점은 '글로벌' 시대에는 어떤 투쟁(어감이 거칠다면 용서를!)이라도 '영국 대 인도'라는 식으로 나라와 나라 사이에 벌어지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또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영국 내에서의 문화적 대립도 '앵글로색슨계 주류 문화 대 아시안계의 언더그라운드 문화' 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별 말이 아니라 극도로 과격한 요구라고 하더라도 '대중문화'라는 장 속에서 수행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공격적이고 저항적인 음악인들도 '언더그라운드'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문화의 장에서 그들 나름의 정치를 수행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본 방그라의 스타들 가운데 아파치 인디언은 이런 정치적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데 실패한 듯이 보이고, 탤빈 씽은 정치적 대안보다는 문화적 대안에 보다 중점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까지 말했으면 독자들 중에는 '이제 펀더멘털, 아시안 덥 파운데이션 등이 나올 차례군'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꽤 있을 것 같다. 맞다. 다음 시리즈는 이들로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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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예정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1): 타블라를 두드리면서 춤추는 '영국인'들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2): 방그라, 드럼 머신과 레게를 만나다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3): 정치 선동 그리고 파란 눈의 아시안들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4): 대서양을 건너간 아시안 비트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5): 아시아 대륙으로 돌아온 아시안 비트

 관련 글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1) - vol.3/no.11 [20010601]

관련 사이트

펀잡 문화와 관련된 백과사전식 사이트
방그라 공식 서치 엔진

 

* 웹진 [weiv]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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