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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 테크놀로지와 음악산업: 'mp3 상품'의 온라인 시장의 (불)가능성을 중심으로

2.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음악의 생산

1) 레코딩 테크놀로지의 변화

이 장에서는 정보 테크놀로지가 음악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다룰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 테크놀로지, 나아가 테크놀로지 전반이 음악의 생산과 소비에 미치는 전반적 영향을 어느 정도는 다루어야 할 것이다. 테크놀로지의 결정력은 문자 그대로 '지구적'이므로 여기서는 비단 한국의 경우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적 설명을 전개할 것이다.
디지틀 테크놀로지와 정보 테크놀로지는 최신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기원은 더 멀리 소급할 수 있다. 따라서 음악과 테크놀로지라는 일반적 관념들을 먼저 점검해 보자. 먼저 대중음악이란 한편으로는  '진정한 경험과 표현'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에 의해 제작된 인공품(혹은 공산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두자. 분명한 것은 20세기 이후 테크놀로지가 음악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술적 조작이자 예술적 실천인 레코딩에 의해 만들어진 현실이다. 그 역사를 잠시 더듬어 보자.

1898년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했을 때 그의 목표는 "위인들의 목소리를 레코딩하는 것" 이상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30년이 지나지 않아 에디슨의 발명은 새로운 연예의 수단이 되었다. 대략 축음기라는 하드웨어, 레코드라는 소프트웨어, 라디오라는 미디어라는 세 종류의 산업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음악을 '산업의 시스템'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때부터 음악을 경험하는 것은 '레코드를 듣는 것'이 되었다(이를 가정에서 축음기로 재생하면서 듣는가 아니면 방송국에서 재생하는 것을 공중파로 듣는가는 그리 큰 차이가 아니다). 즉, '라이브 문화로부터 레코드 문화로의 이행'이 발생한 것이다. 음반산업이 정착한 1920-30년대에 대중음악이란 '1분당 78 회전 음반(이른바 SP)에 레코딩된 2-3분 짜리 노래'를 의미했고, '좋은' 대중음악이란 라디오 방송(그리고 주크 박스)에 적합한 노래를 의미했다.

1940년대 매그네틱 테이프가 도입되고 LP(비닐 디스크)가 탄생하면서 레코딩은 다시 한번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이는 스튜디오에서의 '멀티트랙 레코딩'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가수와 연주자가 실시간(real time)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각 트랙별로 상이한 시간대에 레코딩하고 뒤에 이것들을 '섞는(mixing)'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매스터 테이프를 만들때까지 편집(editiong)이 가능해진 것은 가히 레코딩의 '혁명'이었다. 두 트랙부터 시작된 멀티트랙 레코딩은 4트랙, 8트랙을 거쳐 현재는 최소한 32트랙을 사용하는데 이르렀다.

여기서 앞서 언급한 아이러니가 증폭된다. 1960-70년대 오디오 음향기기 회사의 선전 문구는 '하이 파이(hi-fi: hi fidelity)'였다. '고충실'이라고 직역되듯 이 용어는 본래 레코딩된 사운드를 실제 사운드('원음')에 가깝게 재생한다는 것이었다. 멀티트랙 이전의 레코딩이 기술적 한계로 인해 실연주에서 나오는 미묘한 음들을 '잡아내기' 힘들었던 반면, 멀티트랙 레코딩은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므로 원음에 가까운 재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지만 대중음악의 경우 멀티트랙 레코딩의 실제 효과는 레코딩된 음악이 라이브 음악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심지어는 라이브로 연주할 수 없는 음악도 레코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60년대 중반의 스테레오 사운드, 170년대 말의 컴팩트 디스크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이를 여실히 실증하고 있다.

이런 발전은 1980년대 이후 '음악의 디지틀화'가 이루어지면서 더욱 가속되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발전한 아날로그 전자악기인 신시사이저와 샘플러 등도 급속히 디지털화되었고, 1982년에는 전자악기 등 음향 하드웨어들 사이에 통일된 소프트웨어 규격을 확립한 MIDI(Musical Instruments Digital Interface)가 체결되면서 컴퓨터와 통합되기 시작되었다. 예를 들어 신시사이저나 샘플러의 하나의 모듈인 시퀀서(sequencer)는 음악을 미리 프로그램해 놓은 뒤 호출하여 반복할 수 있는 장치다. 그 결과 템포, 리듬, 음색 등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시퀀싱(音列化)은 이른바 '테크노 음악'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불가결한 실천이 되었고, 1980년대의 영미의 주류 대중음악(이른바 팝 음악)은 시퀀싱을 많든 적든 이용하였다.

한편 샘플러(sampler)를 이용한 실천, 이른바 샘플링(sampling)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샘플링이란 문자 그대로 사운드를 '채집'하는 것인데, 샘플링의 대상에는 인공적 음 뿐만 아니라 자연적 음도 포함될 수 있다. 미국의 흑인음악인 힙합(hip-hop)에서 즐겨 사용된 샘플링은 단순히 비트와 리듬을 '따오는' 것부터 복잡한 사운드 콜라주(sound collage: 음향의 잘라붙이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고, 그 결과 '표절보다도 못한 도둑질이다'는 비난부터 '음악의 영토를 확장했다'는 찬사를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통해 진짜 드럼과 똑같은 소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드럼 머신(신시사이저를 응용한 악기)과도 상이한 음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자연음과 인공음(기계음)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멀티트랙 레코딩 역시 디지털화되면서 새로운 경지를 맞이한 점이다. 멀티트랙 레코더로 레코딩을 하고 프로듀서의 믹싱 등 편집을 거쳐 스테레오 매스터 태입을 만드는 과정은 아날로그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아날로그 시기의 편집 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음 손실'이 발생했지만(집에서 CD를 테이프로 녹음할 때 '음질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디지털 레코딩에서는 음 손실 없이 편집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나아가 매그네틱 테이프가 아니라 컴퓨터에 내장된 하드 디스크 등 삭제가능한(removable) 디지털 저장장치를 이용하게 되므로 물리적 낭비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각 악기를 레코딩한 사운드를 특정한 파일 형태로 컴퓨터(혹은 샘플러나 시퀀서)에 저장한 뒤 필요한 부분만 선택하여 레코딩하거나 믹싱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전에는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새로 레코딩하던 것을 이제는 컴퓨터 상에서 수정, 삭제, 추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좀 과장하면 '뮤지션 없이도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레코딩 과정에 도입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단지 일반적 효과를 논할 수는 있겠다. 영국의 문화연구자 굿윈은 이를 '민주화'와 '합리화'라는 모순된 변화의 합성으로 파악한다. 그의 논의를 참고한다면 민주화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음반의 제작비를 극적으로 감소시켰다는 사실에서 발생한다. 실제로 1980년대 중반이 되면 음반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거대한 스튜디오에 들어가지 않고도 집에서 몇 가지 장비로 음반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다른 한편 음악 생산의 합리화란 앞서 본 MIDI처럼 음악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규격'이 전제된다는 점이다. 이는 18세기의 기보 체계의 확립, 20세기의 음반 포맷의 확립에 이은 규준화(normalization)의 또 하나의 형태다. 그 하나의 결과는 테크놀로지는 음질의 손실 없이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역시 더욱 쉬워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저작권 침해의 범위는 단지 불법 복제음반의 유통의 차원에 그치지 않고 음악의 창작과정 그 자체까지 미치게 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남의 창작물을 '베껴오기'가 쉽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민주화와 합리화라는 두 과정의 극단은 "누구나 음악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견해에 기초한다.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이 음악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낙관적 전망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나 음악을 이용하여 돈을 벌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런 일반적 전망은 특정한 사회적 설정(setting)하에서만 분석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설정이라는 다름 아니라 '음악산업'이라는 존재다. 음악산업의 존재와 관련하여 앞서 언급한 두 개의 전망을 다시 한번 논한다면, 전자의 전망은 음악산업에 의해 좀처럼 레코딩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아마추어나 '인디펜던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많아진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것이고, 후자의 전망은 '실력없는' 사람들이 음악인으로 행세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디지털 시대의 음반 제작의 성격

그렇다면 여기서 한국의 음악산업계를 살펴보자. 한국에서 레코딩 과정에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기는 1980년대 말 이후다. 이는 1990년대 한국에서 유행한 대중음악의 지배적 장르가 '댄스 가요'였다는 사실과 불가분 하다. '댄스 가요'라는 이름은 '춤추기 좋은 리듬'과 '가사와 곡조를 가진 노래'를 결합한 것인데,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그것은 음악의 기본을 이루는 댄스 리듬이 악기의 실연주가 아니라 프로그래밍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프로그래밍이란 당연히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전제하는데, 이는 음반 제작 방식의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까지의 한국에서 음반 제작 방식은 직업적 작곡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즉, 작곡가와 함께 연주한 경험이 있는 악기연주인(이른바 '세션 연주인'), 작곡가에 의해 오랫동안 지도를 받아온 가수들이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방식을 취했다. 프로듀서는 음반사의 사장이나 가수의 매니저가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970년대 이후 이른바 포크송과 그룹 사운드가 등장하면서 자작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음반 레코딩의 경우는 전통적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는 선진국과 비교해서 음악인의 재량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한다.

1990년대 이후에는 과거와는 판이한 제작방식이 등장했다. 이는 대략 다음과 같은 수순을 취한다. 우선 작곡가와 작사가에게 곡을 만들어줄 것을 청탁하고, 프로듀서와 스튜디오를 섭외한다(프로듀서는 작곡가가 겸할 때도 있다). 기획사가 작곡가, 프로듀서, 스튜디오 엔지니어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드물며, 보통은 건(件) 별로(보통은 음반 한 종 당) 계약을 체결한다. 전속계약이 아니므로 1970년대 이전의 '작곡가 시스템'에 비하면 음반제작자와 작곡가 사이의 관계가 보다 대등해지고 하나의 음반에 여러 작곡가의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수록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때 이후 소요되는 모든 비용은 별도의 자금조달 수단이 없다면 음반사와의 PD 계약을 통해 수취한 금액으로 충당된다.

댄스가요의 음반 레코딩 과정은 비교적 간명하다. 먼저 노래를 제외한 악기음들은 작곡가와 제작자의 협의하에 세션 연주자들을 초빙하여 레코딩된다. 그 뒤 '가수'들은 보컬 파트만을 녹음하는데, 이때도 노래 전체를 한번에 레코딩하는 경우는 드물고, 서너 마디를 레코딩하고 휴식을 취한 뒤 여러 번에 걸쳐 레코딩한다. 동일한 후렴부가 두 번 이상 나오는 경우 한번 녹음한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보편적 관행이다.

전문적 지식이 없더라도 1990년대의 댄스가요의 레코딩이 실연주와는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런 방식의 레코딩이 가능해진 것은 멀티트랙 레코딩이 디지털화되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레코딩이 아날로그 레코딩과 다른 점은 잘라 붙이기(cut'n'mix)를 통해 사후 편집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예전의 아날로그 레코딩 시기에는 복제에는 매그네틱 테이프라는 물리적 소재를 잘라 붙였다면, 이제는 미리 레코딩된 음들이 손쉽게 복제되어 자유로운 첨삭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물론 실제 악기가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며, 대형 스타를 지망하는 그룹의 음반일수록 실제 악기를 많이 사용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할수록 세션 연주자에 대한 인건비와 스튜디오 사용에 대한 사용료가 지급되므로 신인 그룹의 음반을 제작할 때는 가급적 절약하는 일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댄스가요 음반의 리듬과 사운드가 획일적으로 들리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제작비의 규모는 가수의 음악적 능력이 아니라 음악외적 요인들, 주로 스타로서의 잠재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결국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수'라는 단어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되었다. 즉, 가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는 전통적 정의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수려한 외모나 화려한 춤 등의 '비주얼'한 측면에 의존하게 되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대중음악계가 '립 싱크(lip sync) 논쟁'으로 얼룩졌던 것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가져온 음반제작방식의 성격과 긴밀하게 연관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효과는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실력 없는' 음악인과 '가창력 없는' 가수가 양산되는 현실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이런 현상이 특정한 장르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대중음악 전체의 지배적 규준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단지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문제다. 1990년대 이후 한국에서 발매된 음반들은 '앨범'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유행의 싸이클에 따라 소비되는 일회용 재화에 가까워졌다. 게다가 앨범의 수록곡들 중 한두 개의 히트곡을 제외하고는 성의없이 만들어진 곡들로 채워져 있다. 간단히 말하면 '끼워팔기'에 해당된다. 두 가지 모두 모두 '소장가치를 가지는 문화재(cultural goods)'의 음악산업계의 국제적 기준에 미달하는 특징들이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현대의 음악산업이 어떤 양상을 취하고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디지털 시대의 음악산업의 지구적 재편성   

음악산업은 1980년대 이후 6대 메이저 체제(Sony, EMI, BMG, Warner, Polygram, Universal)로 재편성되었고 이들 모두는 다국적기업이 되었다. 이른바 음악산업 시스템의 지구화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전의 국제적 라이센스 배급 시스템으로부터 지사를 통한 직접 배급 시스템('직배 시스템')의 변화로 드러난다. 동시에 이를 통해 '제 3세계'에서 범람하는 해적판에 대한 더욱 철저한 단속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지구화는 단지 음반 복제본의 배급 시스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거칠게 말하면 음악산업의 지구화 과정은 음악산업의 성격이 '제조업'으로부터 '서비스업으로 이행하는 과정과 일치한다. 즉, 1970년대까지의 음악산업의 주요 수입의 경로가 레코딩의 복제본을 판매·배급하는 것이었다면, 이때 이후에는 레코딩된 음원(혹은 작품: works)에 대한 저작권으로부터의 수입에 점점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라디오 방송이나 영화음악 삽입은 물론이고 백화점, 레스토랑, 호텔 등에서 상업적 용도로 음반에 수록된 음원을 재생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실연료(實演料: performance royalty)라는 이름의 저작권료를 징수하였고, 이는 저작권 단체를 경유하여 음악기업의 출판 부서의 수입이 되었다.  

즉, 새로운 레코딩을 유형의 고정물(디스크나 테이프)로 복제하여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보다는 '오래된' 레코딩의 사용을 면허(license)하고 이로부터 추가적 수입을 확보하는 것이 음악산업의 중심적 전략이 된 것이다. 이는 한번 '걸작 앨범(album masterpiece)'을 제작하면 이로부터 저작권 수입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을 낳게 된다. 기존의 레코딩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수입을 획득하는 것이 최근의 현상은 아니다. 그렇지만 현대의 음악저작권·출판 산업은 새롭게 제작하는 음반의 흥행이 극도로 불확실해짐에 따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수준에 그쳤던 이전 시기에 비해서 보다 공세적 양상을 띠고 있으며, 세계 전역에 걸쳐 '저작권 침해 행위(piracy)'에 대한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로 지구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1988년 세계저작권 협정의 가입과 그에 뒤이은 연이은 협정을 체결한 결과 저작권 보호의 국제적 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단적인 예는 이전까지 라디오 방송에서 외국의 대중음악(주로 영미권의 '팝 음악')을 재생하는 실천이 1988년 이후에는 더 이상 무상이 아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의 변화에 대한 음악산업 관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우리 가요를 지키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국내 시장을 지키려는 시도는 한편에서 지상파 TV와 라디오에서의 방송 프로그램의 변화를 낳았는데, 이는 간략히 말하면 기존의 음악전문방송으로부터 종합 토크쇼로의 이행을 가져왔다. 이는 프로그램을 주재하는 주체인 DJ가 이전의 전문 음악 DJ로부터 스타 연예인으로 바뀐 현상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나고, 프로그램에서 방송되는 음악의 횟수가 현격히 줄어든 현상에서 사실적으로 나타난다. 이에 대해서는 보다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한국의 음악산업의 특징, 예를 들어 앞서 본 국내 부문의 비중이 국제 부문(외국 부문)보다 더 크다는 특징이 문화적 취향이라는 요인 못지 않게 제도적·정책적 대응의 산물이었다는 점만 지적해 두고 넘어가자.  

그런데 한국의 음악산업의 특징은 음악의 내용의 문제까지 점검해야만 만족스럽게 해명할 수 있다. 이는 1990년대 한국의 대중음악에는 '독창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이 많다. 독창성의 정도라는 것은 일관된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동시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또한 한국의 과거에 비해서도 독창성이 작다는 '여론'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단적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표절 사건'으로 드러난다. 또한 표절이 아니더라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많은 대중음악들 대부분은 외국에서 유행하는 음악 스타일을 모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음악산업 시스템은 음반의 '시장'을 보호하는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음악적 '내용'의 보호는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음악산업에서 국내 부문의 양적 비중이 크지만 질적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특징은 음악산업의 지구화가 달성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 지구화의 특수한 양상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나아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지구화의 새로운 단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고찰이 다음절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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