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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 테크놀로지와 음악산업: 'mp3 상품'의 온라인 시장의 (불)가능성을 중심으로

4. 디지털 배급의 평가와 전망

1) mp3의 새로운 가능성들

여기서 점검해야 할 것은 음악산업계의 주장대로 정말로 mp3를 통한 디지털 배급이 "아티스트의 창조성을 질식시켜서 산업을 위축시키는가"라는 점이다. 즉, "mp3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산물이 음악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고 단지 불법 행위만을 양산하는가"라는 점이다.

적어도 mp3는 '무명' 음악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mp3는 인터넷을 통해 뮤지션과 팬이 '음악산업을 통하지 않고' 직접 만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개러지밴드 닷 컴이(http://www.garageband.com)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음악인에 의한 음악인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online community by musicians for musicians)"라는 것이 이 사이트의 취지다. 이들은 말 그대로 '창고(garage)에서 연습하고 있는' 무명 음악인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무명 음악인의 mp3 파일을 사이트에 게시하고 방문자가 음악을 듣고 직접 평가를 매기고, 높은 점수를 받는 음악인에게 레코딩과 콘서트의 기회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는 음악산업의 전통적 방식의 마케팅과 프로모션 방식을 수용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는 전략이다. 즉, '아티스트의 발굴'이라는 기능을 음반회사 외부인 온라인 상으로 이동한 셈이 된다. 이는 음악산업계와 'mp3 낭만주의자' 사이의 극단적 견해 사이에서 적정한 타협점을 제공하는 케이스다. 즉, 음악산업계는 mp3가 기존 음악산업이 포괄하지 못하는 음악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온라인 업체는 기존의 음악산업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상호간 역할분담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 하나의 예는 퍼블릭 에니미(Public Enemy)라는 랩 그룹이다. 이들은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 전 앨범 전체를 mp3로 먼저 공개했다. 이들의 경우는 계약을 맺고 있던 기존 음반사와 마찰이 생겼기 때문에 자신들이 온라인 상에서 인터넷 레이블 Automic Pop(http://www.atomicpop.com)을 설립했다. 이 경우 오프라인에서 음반의 판매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프라인에서의 판매를 위한 '디지털 홍보'의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한국에서도 조 PD라는 힙합 음악인이 1998년 자신의 음원 한 곡을 PC 통신상에 무료로 배포한 적이 있다. 이 경우 역시 디지털 배급을 겸한 디지털 홍보였고 앨범 전체가 아니라 한 곡에 머물렀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의 선구적 사례를 제시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2) 온라인 라디오인가, 온라인 음반점인가

현재의 논란의 초점은 mp3라는 "디지털 매체를 라디오에 가까운 것으로 볼 것인가, 소매상에 가까운 것으로 볼 것인가"로 소급된다. 현재 라디오를 듣는 행위에 대해 '사용료를 지불해라'라고 요구하는 음반회사나 저작권자는 없다(1930년대 라디오 방송국이 처음 탄생했을 때는 이런 일이 있었다). 이 경우 음반회사는 라디오를 통한 음반의 재생(혹은 실연)이 음반의 홍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라디오 방송회사는 다른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보다는 음반을 재생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또한 '인기곡'이 방송될 경우 라디오의 청취율이 상승하여 광고 수주에 유리하다는 사실은 양자 모두에게 이득을 주는 교환이다.  

현재의 논란은 인터넷이 음반을 홍보하는데 '가장 중요한 미디어'는 아니라는 점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음악 생산자의 불만은 음악 소비자들이 mp3의 다운로드를 통해 음악의 텍스트를 '소유'한다는 것인 반면, 음악 소비자들은 라디오를 듣듯 mp3를 통해 음악을 '샘플'로 감상한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가 뒷받침되어야겠지만 mp3 사용자들은 다운로드받은 mp3 파일들 중에서 '열심히' 듣지 않는 파일이 부지기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상황은 인터넷 관련 정보통신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라 대중음악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현재의 과도기에서는 CD나 테이프 대신 mp3을 듣는다거나 컴퓨터를 오디오처럼 사용한다는 것 정도로 그치고 있지만 향후의 발전은 보다 깊은 변화를 예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앨범', 그러니까 한 명의 뮤지션을 중심으로 음반회사에 의해 미리 '패키징'되어 나오는 앨범의 역할은 이전 같지 않을 것이다. mp3 사용자들이 앨범 전체를 감상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는 오히려 싱글 시대로의 회귀와 비슷하며 앨범이라는 개념은 개인 소비자가 직접 구성하는 가변적인 포맷을 취할 것이다.

달리 말해서 '음악 듣기'라는 실천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 한마디로 음반에 기록된 순서대로 음악을 감상하는 일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LP는 다른 트랙을 찾기 위해서 손으로 바늘을 움직여야 했고, 워크맨으로 다음 트랙을 자동검색하기 위해서는 헤드의 손상을 각오해야 했다. CD 플레이어는 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1시간이 지나기 전에 다른 CD로 갈아 끼워야 한다. 반면 mp3는 보다 '사용자 친화적'이다. 아침에 한 1분간 100여곡을 로딩하고 나면 집에 갈 때까지 할 일이 거의 없다.

3) 비즈니스 모델

한국에서 온라인 음악시장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이므로 모델을 논하기는 이르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논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몇 가지 모델들을 제시하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모델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모델들'을 지적할 수 있다. 먼저 mp3의 유료 다운로드 모델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냅스터나 소리바다같은 무료 다운로드 방식이라는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이제까지 mp3의 유료 다운로드 사업은 몇 개의 음반사들과 계약하여 이들 음반사들이 판권을 소유한 음원들을 다운로드하는 방식을 취했다. 즉 모든 음반사에서 발매된 음반들의 카탈로그를 보유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특정 음반사에서 나온 음반'을 염두에 두고 쇼핑하는 소비자는 없고, 음악인이 음반사를 이적한 경우 해당 음악인의 전곡을 구할 수도 없으므로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유료 다운로드 업체가 오프라인 소매상처럼 각 음반사의 음원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시간이 기다려줄 것 같지는 않다.

두번째, CD 자판기나 테이프 자판기로 '주문형 음반'을 판매하는 방식이나 혹은 mp3 파일을 담은 판매용 CD도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이유와 더불어 이들 신상품이 사실은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물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유료 다운로드와 더불어 주문형 음반의 판매라는 사업 모델도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전통적 방식으로 판매하려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근시안적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오프라인에서 음반의 판매라는 전통적 사업 모델과 온라인에서 음원의 다운로드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 사이의 절충이 가장 현실적으로 보인다. 양자를 매개해 주는 시장은 온라인 CD 숍같이 음반의 전통적 포맷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 있다. 이는 mp3와 CD(및 음반)를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간주하는 사고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즉, mp3가 CD 보다 음질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진정한 음악 감상'으로는 적합치 않다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음악외적 요소들(예를 들어 뮤직 비디오나 사진 등)을 포함하는 멀티미디어 매체의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CD 보다 6-7배의 용량을 가진 DVD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가까운 시일 안에 새로운 시장의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1시간 안팎의 재생시간, 그것도 음향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음반 포맷이 '소장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고 한다면, 새로운 대용량 매체에 걸 맞는 새로운 컨텐츠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제까지 음반의 새로운 포맷은 '좋은 음질'과 '편리한 사용'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왔지만 이제 '편리한 사용'이라는 이점이 사라진 만큼 품질에 보다 많은 신경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는 이 글에서는 다루기 힘든 음반사의 기업내부 조직의 개편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럴 때 mp3는 조금 낮은 음질로 정규 음반의 샘플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mp3가 라디오 방송과 달리 어느 정도 음악을 '소유'하는 기능이 있다면 그에 걸 맞는 적합한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앞서 냅스터 논쟁에서 본 것처럼 음반산업계와 온라인 다운로드 업체 사이의 지루한 공방은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결과를 낳기 쉽다는 점에서 합리적으로 해결될 필요가 있다. 1930년대 라디오산업과 음반산업 사이의 분쟁이 해결된 것과 같은 해결책이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온라인 음악 사이트 업체의 경우도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자율적으로 성립시키는 사업이 요구되겠지만 '수익 모델'의 확보에 허덕이는 현재로서는 당분간 오프라인 비즈니스와의 협력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도 온라인 다운로드가 오프라인에서 음반의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감'에 의존하는 설명이 대부분이라서 실사를 통해 현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라디오 방송의 빈도가 음반의 판매와 비례하는 것과 유사하게 온라인 다운로드가 음반의 판매와 반비례하지 않는다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는 소비자에게 실제적 편의를 주는 서비스의 개발이다. 예를 들어 mp3 닷컴(mp3.com)의 경우 CD locker라는 서비스가 있다. 이는 가입자가 자신이 소유한 CD의 파일을 mp3로 변환시켜 온라인 상에 저장하는 서비스다. 이럴 경우 CD나 테이프같은 소프트웨어는 물론 워크맨이나 디스크맨같은 하드웨어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PC가 있고 인터넷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자기가 저장해놓은 파일들을 불러내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이는 가입자의 수를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보다 많은 광고를 유치하는 비결이었다. 이렇게 '컬럼버스의 달걀'같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온라인 업체의 장래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셋째로는 음반산업측으로부터 '의심'받고 있는 불법 mp3의 유통에 대한 보다 명확한 입장을 정립하는 것도 온라인 업체에 넘겨진 몫이다. 현재는 불법 여부가 불확실하므로 이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고 나아가 불법적 유통이 명확한 경우에 대해서는 기준에 따라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가입자 수에 연연하거나 네티즌의 여론을 우려하여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 앞서 말한 '의심'이 증폭되므로 이에 대한 '상도덕'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음반의 '가격'이라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CD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은 여러 군데서 제기되어 왔다. 초기에는 시설 투자 등의 이유로 인해 CD 가격이 어느 정도 합리적 수준으로 인정되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또 하나, 과거에는 음반회사가 CD의 프레스를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음반 컨텐츠의 제작'과 '음반 복제본의 제조'는 분리된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면 CD의 가격이 테이프보다 높은 현상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기 힘들다. 불법 음반이 유통되는 '지하시장'이 존재하는 이유들 중의 하나로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이라는 교과서적 이유를 제외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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