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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3): 정치 선동 그리고  파란 눈의 아시안들

파란 눈의 아시안들: Transglobal Underground, Loop Guru, Muslimgauze

네이션 레이블에서 음반을 레코딩하는 아티스트가 아시아계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1990년대 초부터 네이션 레코드는 트랜스글로벌 언더그라운드(Transglobal Underground)와 루프 구루(Loop Guru)라는 영국인 테크노 그룹의 음반을 발매하고 있었다. '에스닉 테크노', '월드 댄스 퓨전' 등으로 불린 트랜스글로벌 언더그라운드는 1993년에 발표한 앨범 [Dream of 100 Nations]의 제목처럼 세계 각지에서 채집한 월드 뮤직의 샘플을 테크노의 전자 음향과 결합시켰다. 이들은 라이브 공연에서도 동양의 가면을 쓰고, 이집트 파라오같은 화장을 하고, 아프리카풍의 보석장식을 하고 무대에 올랐고 '유태인계 모로코인' 디바인 나타샤 아틀라스(Natacha Atlas)를 고정 게스트로 초빙해서 '배꼽춤(벨리 댄싱)'도 선보였다. '다문화주의'와 '시각적 이국주의(visual exotocism)'을 선보였다. 트랜스글로벌 언더그라운드에 비하면 보다 '인스트루멘틀'한 성격히 강한 앰비언트 성향의 음악을 구사하고 있는 루프 구루 역시 '글로벌 퓨전'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다. 멤버 이름도 살만 지타(Salman Gita)와 자무드(Jamud)라고 인도식으로 개명할 정도로 이들은 인도 음악에 강하게 영향받은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해 왔다.   

이런 현상들에 대한 평가는 '월드 뮤직 일반'에 대한 평가와 비슷하다. 한편에서는 영국국민당(BNP)의 부상으로 상징되듯 인종주의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주류 백인 사회와 아시아계 등 소수민족 커뮤니티 사이에 문화적 교류의 폭을 넓히는 시도라는 긍정적 평가가 존재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아시아에 대해 영성(spirituality)와 원시성(primitivity)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을 전제하고 아시아계 주민들의 실제의 삶과는 무관하게 '지구는 하나'라는 낭만적 수사에 의존한다는 부정적 평가가 존재한다. 만약 부정적 평가를 택한다면 트랜스글로벌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은 펀더멘털과는 정반대의 의미에서 '글로벌 과대망상'의 한 사례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대중음악계에서 '오리엔털리즘'의 상징인 1980년대 이래의 뉴 에이지 음악과도 아슬아슬하게 구분될 뿐이다. 이들의 음반을 아시안 비트의 주요 유통 경로인 '구멍가게 중심의 지하경제'에 삽입해 보려는 네이션 레이블의 시도도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어 이들의 시도를 폄하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어떤 평을 내린다고 해도 '아시안 비트'(라고 불리는 음악)가 댄스 클럽을 기반으로 하는 영국의 대중음악계에서  '크로스오버'되고 있으며 그때의 '아시안'이 단지 인도 및 남아시아에 국한되지 않는 유연한 개념이 되고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다. 이는 아시안 비트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용도나 지향은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편의상 아티스트의 지향을 탈정치적이고 심미적인 케이스와 정치지향적이고 탈예술적인 경향으로 구분해 본다면, 네이션 레이블의 경우는 대체로 영국계 = 전자, 인도계 = 후자로 구분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네이션 레이블과 직접 관련이 없는 아티스트들로 범위를 넓혀본다면 무슬림거즈(Muslimgauze)처럼 아시아계도 아니고 이슬람교인도 아니면서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지지하면서 "United State of Islam"을 주창하는 아티스트가 있는가하면, 인도계이면서도 '영국인보다 더 영국적인' 지적 댄스 음악을 추구하는 베두인 어센트(Bedouin Acent) 같은 인물도 있다.

Muslimgauze - Palestine Is Our Islamic Land Part 2

그렇다면 영국에서 나온 음악들 중에서 인도 음악의 요소를 하나의 성분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희귀하지도 신기하지도 않은 문제가 되었다. 조금 더 과감하게 말한다면 아티스트의 피부색이나 골상도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문제는 '그걸 어떻게 사용하는가'이고 그게 어떤 가치를 갖는가는 청자들 개인이 판단할 몫이 될 것이다. 어쩌다 보니 소개할 기회를 계속 놓치고 있지만 인도계 영국인으로 구성된 록 밴드 코너숍(Cornershop)은 공연장과 기자회견장에서 모리씨의 사진을 찢곤 했다. 이 사실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혹시 당신이 모리씨를 좋아하고 그래서 '모리씨의 스킨헤드 이미지와 정치적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의 유미주의적 사상과 음악은 좋다'고 답한다면 그건 편의적인 것일까, 현실적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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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목차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1): 타블라를 두드리면서 춤추는 '영국인'들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2): 방그라, 드럼 머신과 레게를 만나다.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3): 정치 선동 그리고 파란 눈의 아시안들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4): 대서양을 건너간 아시안 비트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5): 아시아 대륙으로 돌아온 아시안 비트

관련 글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1): 타블라를 두드리면서 춤추는 '영국인'들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2): 방그라, 드럼 머신과 레게를 만나다.

Transglobal Underground, [Rejoice, Rejoice] 리뷰
Asian Dub Foundation, [Rafi's Revenge] 리뷰

Asian Dub Foundation, [Community Music]리뷰

 

관련 사이트

펀더멘털 공식 홈페이지
http://www.fun-da-mental.com/

아시안 덥 파운데이션 공식 홈페이지
www.asiandubfoundation.com

트랜스글로벌 언더그라운드 홈페이지
http://www.t-g-u.com/

루프 구루 홈페이지
http://www.loopguru.demon.co.uk/

무슬림거즈 홈페이지
http://pretentious.net/Muslimgauze/

 

* 웹진 [weiv]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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