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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비트 제왕의 디스코/R&B로의 '외도' 프로젝트  펠라 쿠티의 열성 팬들이 이 앨범의 첫 트랙을 들으면 마치 킹 크림슨(King Crimson)의 팬이 [Discipline]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을 선사할 것이다. 물론 비유는 비유로 그쳐야겠지만 '본격 댄스 음악'이라는 뜻이다. 펠라의 음악이 언제나 댄스 음악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때 댄스 음악이란 '미국식' 댄스 음악이라는 의미고,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디스코 음악이다. 이는 이 앨범이 로이
아이어스(Roy Ayers)와의 공작이라는 이유가 작용할 것이다. 재즈로 출발한 뒤 뒤에는 재즈를 벗어나 R&B 뮤지션이자
바이브(vibe; 비브라폰) 연주자인 로이 아이어스는, 춤을 출 수는 있지만 무겁고 어두운 펠라의 음악에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채색하고 있다.
"2,000 Blacks Got To Be Free"는 디스코'풍'이 아니라 진짜 디스코다. 그것도 1970년대 중반까지 훵크와 미분화되어 엇박이 많은 리듬의 디스코가 아니라 오프비트를 가진 정박의 4비트로 정형화된 다음의 디스코다. 깔짝깔짝거리는 기타나 째질 듯한 트럼펫의 짧은 악구 등 디스코의 여타 불가결한 요소들도 들어가 있다. 특징적이라면 로이 아이어스의 바이브 연주가 여러 군데 삽입되어 있다는 점이다. 바이브는 특유의 톤을 통해 몽롱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이는 에코우를 많이 걸어 벙벙하게 프로듀싱된 보컬 톤에도 힘입은 바 크다. 가사의 메시지도 치열하고 선명하지 않고 초월적이고 달관한 듯하다. 두 번째 트랙 "Africa-Centre Of The World"는 1970년대의 아프로비트에 보다 가깝지만 앞의 트랙에 연이어 듣다 보니 그런 건지 '디스코의 초기 모습에 근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프로비트의 전매특허인 혼 섹션과 색서폰 솔로, 그리고 선창/후창의 보컬 파트는 여전하지만, 펠라의 메시지는 이전처럼 강력하지 않다. 그 대신 특히 바이브와 오르간의 합주가 주도하는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무한대의 댄스 그루브가 압도적이다. 언제 끝나는지 계산하지 않고 테이블과 플로어를 왕복하면서 감상과 춤추기를 교대하기에 적절한 음악이다. 이 앨범은 1979년에 레코딩되었지만 1986년에 발표되었다. 1979년이 펠라의 입장에서 한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시점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 '프로젝트 앨범'은 1970년대('아프리카 70' 시기)와 1980년대('이집트 80' 시기)를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한 셈이다. 그래서 이 앨범은 '펠라의 1980년대 이후의 작품이 아무래도 낯설다'라고 느끼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즐길 만하다.  20020114
* 이 음반은 2001년 MCA/Universal에 의해 [Up Side Down/Music of Many Colours]라는 타이틀의 '2 for 1 CD'로 재발매되었다.  수록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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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진 [weiv]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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